누구에게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드는 '어떤 계절'이 있습니다.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바로 그 잊을 수 없는 계절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아픔을 지닌 두 영혼이 서로를 발견하고 구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눈부시게 그려낸, 한여름의 햇살처럼 따스하고 찬란한 위로의 기록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관통하는 이야기꾼, 이꽃님
이꽃님 작가는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이야기꾼입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독자들이 직접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서사를 넘어 독자들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힘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 스스로 "내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힐 만큼 이 소설에 대한 애정은 남다릅니다. 그 애정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아들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처받은 두 아이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는지를 섬세하고도 청량한 문체로 담아냈습니다.

낯선 여름, 서로의 안식처가 된 두 아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일곱 동갑내기, '하지오'와 '유찬'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 두 아이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같은 시간 속 서로 다른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하지오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수술로 인해, 존재조차 몰랐던 아빠가 사는 시골 마을 '정주'에 내던져집니다.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원망만 가득하지만, 엄마를 위해 낯선 환경을 견뎌내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이미 새로운 가정이 있었고, 하지오는 '친척'이라는 어색한 이름표를 단 채 불편한 여름을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운명처럼 유찬을 만납니다. 유찬은 5년 전, 화재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뒤 타인의 속마음이 들리는 능력을 갖게 된 소년입니다. 원치 않는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고통받던 그에게, 신기하게도 하지오의 곁은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유일한 고요의 공간이 되어줍니다.
유찬에게 하지오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패'가, 하지오에게 유찬은 자신의 아픔을 묵묵히 들어주는 '안식처'가 됩니다. 그렇게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시작된 두 사람의 여름은, 각자가 외면했던 상처의 진실을 마주하고 함께 성장하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곱씹게 되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첫째,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실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실수를 얼마나 자주 저지를까요? 이 소설은 섣부른 단정이 가져오는 오해와 상처를 보여주며,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의 진실을 마주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웁니다.
둘째, 지나간 선택에 대한 이해와 공감입니다. 때로는 최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선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의 순간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이 책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보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지지 않았다는 위안입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깊은 외로움의 순간에도, 손 내밀어 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인물들이 서로에게 기꺼이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모습은, 세상이 여전히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온기를 전합니다.

한 편의 청량한 영화를 본 듯한 이 소설은, 가슴 아프지만 따뜻하고, 시리지만 눈부신 성장담입니다. 이 책과 함께 당신의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하고, 그 곁을 지켜주었던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그 기억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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